📖 4장. 가족이라는 이름
어머니를 떠나보내고 나서야, 나는 ‘가족’이라는 단어의 무게를 비로소 깨달았다.
살아 있을 땐 늘 옆에 있는 존재였지만, 그 부재를 통해 나는 그들이 내 삶에서 얼마나 깊이 자리하고 있었는지를 알게 되었다.
가족은 말이 없어도 통하는 사이이기도 하지만, 때론 가장 말이 통하지 않는 관계이기도 하다.
그 안에는 애정도, 상처도, 오래된 침묵도 함께 녹아 있다.
🪞 돌아보면 알게 되는 것들
어릴 적엔 어머니가 왜 그렇게 엄격했는지 몰랐다.
형제들 중 나만 자주 혼나는 것 같았고, 괜히 밉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 와서 돌아보면, 어머니는 나에게 가장 많은 기대를 걸었고, 그래서 가장 많이 신경을 쓰셨던 것 같다.
아버지는 말수가 적은 분이셨다.
한 번도 큰 소리를 내지 않으셨지만, 언제나 묵묵히 가족을 위한 일이라면 어떤 일이든 마다하지 않으셨다.
그 시절 나는 몰랐다. 부모라는 역할이 얼마나 외롭고 무거운 자리였는지.
👫 형제라는 관계
3형제 중 차남이었던 나는, 항상 뭔가를 책임지고 양보해야 했다.
때론 억울했고, 때론 외로웠다.
그런데 지금은 안다. 그 자리를 견뎠던 내가 있었기에, 형도 동생도 조금은 자유로울 수 있었다는 것을.
형제라는 건, 늘 가까이 있지만 쉽게 말하지 못하는 관계다.
우리는 서로를 잘 알면서도, 너무 익숙해 말없이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형제는 부모 없이도 계속 연결되어야 할 **‘또 다른 가족’**임을 느낀다.
🌿 다시 쓰는 가족의 정의
가족이란, 단지 피를 나눈 관계만이 아니다.
서로의 상처를 알고, 이해하고, 때로는 대신 아파주는 존재다.
가까울수록 더 예민하고, 더 쉽게 상처 주는 관계이기에,
가족은 더 많은 용서와 더 깊은 공감을 필요로 한다.
어머니가 떠난 지금, 나는 가족이란 무엇인지 다시 써 내려가고 있다.
더는 기대지 않으려 하면서도, 여전히 마음 깊은 곳에서 기댈 수밖에 없는 이름.
그게 바로 ‘가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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