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피는 것도 지는 것도 느린 계절 (6장)

쿤타나 2025. 4. 26. 01:00

📖 6장. 죽음 이후의 삶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삶에 대한 나의 질문은 자연스럽게 ‘죽음’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 죽음 너머에 무엇이 있는가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

우리는 기독교인이며, 가족 모두 세례를 받은 그리스도인이다. 특히 어머니는 진실한 믿음의 사람이었다. 삶의 말기까지도 신앙의 흔들림이 없으셨고, 병실에서도 조용히 찬송을 흥얼거리시곤 했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처음으로 죽음이 반드시 슬픔만은 아닐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고통으로부터의 해방, 더 나은 세계로의 부르심. 그리스도인이기에 가질 수 있는 평안한 죽음의 그림자.


✝️ 신앙과 이별

어머니가 돌아가시던 날 밤, 나는 오랫동안 혼자 성경을 붙들고 앉아 있었다. 평소엔 잘 펴보지 않던 시편과 요한복음을 한 구절 한 구절 천천히 읽었다.

죽음 이후에도 관계는 끝나지 않는다는 것. 하나님 안에 있다는 건 이별이 곧 영원한 단절이 아니라는 위로. 어머니의 믿음이 나에게 전해져 그날만큼은 나도 담담할 수 있었다.

눈물은 났지만, 절망은 없었다.


🌌 천국을 상상하다

사람마다 천국의 이미지는 다르겠지만, 내게 있어 천국은 어머니가 다시 피아노를 치며 찬양을 부르시는 공간이다. 고통도, 병도, 후회도 없는 그곳에서 다시 웃고 계실 어머니를 그린다.

죽음 이후의 삶이 있다면, 우리는 또다시 만나 서로의 이름을 부를 수 있겠지. 그 믿음이 나를 오늘도 흔들리지 않게 만든다.


🌿 남은 자의 숙제

죽음 이후에도 남겨진 삶은 계속된다. 나는 여전히 이 땅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야 하고, 때로는 힘들고 흔들리는 시간을 이겨내야 한다.

그런 내게 어머니는 영원한 동행이다. 눈에 보이지 않아도, 귀에 들리지 않아도, 삶의 결정적인 순간마다 등 뒤에서 조용히 밀어주는 힘.

삶과 죽음은 분리된 것이 아니었다. 죽음은 삶을 완성시키는 하나의 여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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