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피는 것도 지는 것도 느린 계절 (2장)

쿤타나 2025. 4. 26. 00:50

📖 2장. 그리움 속의 풍경

어느 날 문득, 기억 속 어머니의 마지막 미소가 떠올랐다. 그것은 너무 짧고, 너무 환했고, 너무 아팠다. 병실의 창가 너머로 스며들던 오후 햇살처럼, 조용히 스며드는 슬픔이었다.

사실 나는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 그토록 따뜻한 손, 그토록 분주하던 발걸음, 그토록 익숙한 목소리가 이 세상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나무 사이로 비치는 햇살을 바라보며, 나는 가끔 상상한다. 어머니가 다시 내 곁에 돌아온다면 어떤 말을 먼저 할까. 그리움은 때론 상상으로 위로를 받는다.


🍃 그리움은 반복된다

사람들은 흔히 말한다.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진다고. 하지만 그리움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선명해진다. 작은 냄새, 익숙한 음식, 우연히 들린 옛 노래 한 구절이 마치 타임머신처럼 나를 다시 그때로 데려간다.

그리움은 반복된다. 계절마다, 기념일마다, 여행지마다. 특히 5월의 바람은 어쩐지 그리움을 더욱 증폭시킨다.


🧭 풍경과 인연

나는 여행 중 마주친 어느 풍경에서 어머니의 얼굴을 본 적이 있다. 어머니는 피아노를 잘 치셨고, 실버합창단의 단원이셨으며, 성악을 아름답게 부르셨다. 그래서 그런지 낯선 도시에서 우연히 들려오는 합창 연습 소리, 성당 앞 피아노 연주, 또는 공원에서 울려 퍼지는 노래 소리만 들어도 마치 어머니가 다시 내 곁으로 걸어오는 듯한 착각에 빠지곤 한다.

어릴 적 나는 3형제 중 유일하게 어머니께 자주 꾸지람을 받았고, 때론 매질도 있었다. 그 당시엔 이해할 수 없던 감정들이, 이제는 그리움이라는 이름으로 되살아난다. 그 시절의 엄격함이 지금의 나를 만든 부분도 있겠지.

세상은 늘 새로워지지만, 내 마음은 오래된 기억을 걷는다. 어머니와 함께 갔던 시장길, 함께 웃던 국밥집, 함께 걸었던 병원 복도.

그리움은 특정 장소와 얽혀있다. 그리고 그 장소들은 지금도 살아 있다.


🌿 기억을 안고 걷는 길

산책길에 오를 때마다 나는 기억을 들고 걷는다. 그것은 짐이라기보다는, 나의 일부가 된 그림자 같은 것.

그리움은 삶을 버겁게 만들기도 하지만, 때로는 삶을 지탱해주기도 한다. 어머니가 내게 주셨던 사랑이, 오늘도 나를 사람답게 살게 한다는 사실을 나는 이 그리움 속에서 배운다.

나는 더 이상 도망치지 않는다. 그리움은 받아들이는 것이다. 잊으려 하지 말고, 함께 살아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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