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장. 연둣빛 그늘 아래서 나는 삶을 묻는다
5월의 햇살은 어딘가 모르게 천천히 내려앉는다.
피는 것도, 지는 것도 느리게 반복되는 이 계절은
나로 하여금 _'삶과 죽음 사이의 그 느린 틈'_을 응시하게 만든다.
용인의 어느 공원. 연둣빛 그늘 아래 벤치에 앉아 있으면
내가 살아 있다는 것과, 언젠가 반드시 사라질 존재라는 사실이
한 장면처럼 겹쳐 보인다.
내가 여행을 좋아하게 된 것도, 어쩌면 이 경계에 서 있고 싶었기 때문이었는지 모른다.
한 도시의 처음과 끝을 걷다 보면,
삶의 처음과 끝도 언뜻 느껴지는 날이 있었다.
🕊️ 어머니를 떠나보낸 계절의 기억
어머니는 갑작스럽게, 혈액암 말기 진단을 받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내 곁을 떠나셨다.
아무런 준비도 할 수 없었다. 마지막 인사조차 충분히 나누지 못한 이별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5월이 되면, 어머니가 더욱 자주 떠오른다.
산과 들이 신선한 푸르름으로 물들고, 바람이 조금 더 맑아질 때면
그 속에서 문득 어머니의 뒷모습이 어른거린다.
삶은 찰나 같았고, 그 순간이 영원처럼 길게 남았다.
그 후로 나는 자주 묻는다.
"나는 지금 어디를 향해 걷고 있는 걸까?"
부와 재산, 사랑과 상처, 성공과 외로움.
그 모든 것이 거대한 강물처럼 흘러가지만
그 끝에서 우리는 모두 ‘죽음’이라는 모퉁이를 맞이하게 된다.
그런데 왜 우리는,
이토록 치열하게 살아야만 하는 걸까?
🌸 5월이 던지는 질문들
피크닉, 카네이션, 가족, 감사, 추억, 바람, 햇살…
5월은 아름다운 단어로 가득 차 있지만,
내게는 늘 약간의 먹먹함이 스며든다.
꽃은 피고, 다시 지고,
우리는 사랑하다가 상처받고,
가득 안았다가 놓아야만 하는 것을 배운다.
연둣빛 잎사귀 사이로 떨어지는 햇살이 말한다.
“삶은 계속되지만, 모두가 머물 수는 없단다.”
🤝 인연이라는 이름의 순간들
내게도 스쳐간 인연들이 있다.
다정했던 친구, 오래 알고 지냈지만 결국 멀어진 이들,
그리고 사랑했지만 결국 손을 놓을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
5월은 그런 인연들이 잠시 다시 고개를 드는 달이다.
그들의 목소리, 손길, 편지, 그리고 미소.
“모두가 사랑받고, 모두가 사랑할 수는 없는 걸까?”
어쩌면 인간은,
사랑을 주는 법보다
상실을 견디는 법을 먼저 배워야 하는지도 모른다.
🧳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나는 오늘도 여행을 떠난다.
잠시라도 내 안의 고요함을 마주하기 위해,
도시 외곽의 풍경 속에 나를 놓기 위해.
길 위에서 나는 스스로를 묻는다.
- 나에게 진정한 ‘부자’란 무엇인가?
- 나는 얼마나 더 가져야 만족할까?
- 나는 살기 위해, 누구의 자리를 빼앗고 있지는 않은가?
그 물음들은 명확한 답을 주지 않지만
그 질문을 멈추지 않는 것이
내 삶을 조금은 덜 흔들리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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