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는 것도 지는 것도 느린 계절 (9장)

📖 9장. 봄의 끝에서

5월의 끝자락에 서면 언제나 마음이 조금 조용해진다. 만물이 피어나고, 햇살이 따뜻하며, 세상이 가장 아름다워 보이는 계절의 끝에서 나는 문득 고요해진다.

그건 어쩌면 ‘끝’을 향하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꽃은 곧 지고, 초록은 짙어지고, 열매를 맺기 위한 준비가 시작된다. 삶도 이와 같지 않을까. 찬란함 뒤에 찾아오는 고요함, 채움 뒤에 오는 비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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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머니와 함께 했던 봄날들

나는 유독 봄이 되면 어머니가 더욱 그립다. 함께 들렀던 시장길, 벚꽃이 날리는 거리를 걸으며 나눴던 소소한 이야기들, 어린 시절 교회 마당 한켠 벤치에 나란히 앉아 조용히 시간을 보내던 그 오후.

그 순간들은 이제 사진 속에도, 메모장에도 없지만, 내 마음 깊은 곳에서 잊히지 않는다. 그리고 나는 그 기억들 덕분에 매년 봄을 기다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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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의 끝은 새로운 시작

우리는 끝을 두려워하지만, 끝은 늘 새로운 시작의 문턱이다. 어머니의 죽음도, 내 지난 고통도, 오래된 관계의 이별도 결국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었고, 더 넓은 세상을 보게 했다.

봄의 끝에서 나는 다시 걸음을 뗀다. 낯설지만 새로운 계절을 향해, 익숙하진 않지만 나에게 필요한 길을 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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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피어나는 마음

사람도 계절처럼 다시 피어날 수 있다. 잠시 시들었던 마음이 햇살을 받고 다시금 기지개를 켜듯, 내 마음도 다시 살아나는 것을 느낀다.

어머니가 내게 주셨던 따뜻한 시선, 조용한 기도, 꾸중 속에 담긴 사랑. 그 모든 것들이 내 안에서 다시 자라나고 있다.

삶은 그렇게, 계속 이어진다. 봄의 끝에서조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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